2011년 9월 28일 수요일

그때 그시절 - 1986년 고2 여름방학

이 글은  http://kldp.org/node/109640 게시판에 제가 댓글로 썼던 글입니다.




글쓴이: kohyc 작성 일시: 수, 2009/10/28 - 2:38오전


1986년 고2 여름방학때 덕수상고에서 서울 인문계 고교생 정보처리 교육을 4주동안 하루에 4시간인가 6시간씩 받았었습니다.
컴퓨터는 구경도 못하고, 교실 하나에 학생 30명정도가 책상에 앉아서 선생님이 강의하는 포트란 문법을 들었고,
80컬럼(아니면 132컬럼, 정확히 기억안남) 포트란 코딩용지에 포트란 문법에 맞춰서 문장을 구성해서 본인이름을 쓰고, 하루 수업 끝나고 선생님께 제출하면, 선생님이 키펀쳐 아가씨들에게 코딩용지를 전달하고, 키펀쳐 아가씨들이 코딩용지에 나온 글자대로 펀칭을 하면, 포트란 문장 한라인당 펀치카드 1장이 나오고, 이 카드들을 컴퓨터 입력장치에 입력하면, 포트란 컴파일러가 이 문장들을 해석해서 기계어를 만들고 그걸 실행해서 결과를 출력합니다. 그리고 소스코드와 실행결과를 Line Printer(dot printer아님)로 인쇄해서 학생에게 되돌려 줍니다. 펀치카드도 함께 학생에게 돌려줬습니다.
짧은 프로그램은 펀치카드가 몇장 안되지만, 긴 프로그램은 펀치카드가 100장을 넘을때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컴퓨터를 처음 배우고, 처음 접하는 교육방식이라서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2주차부터는 거의 모두 잘 적응했었습니다.
서울시 인문계고 내신 1등급학생들 대상 교육이라서 다들 잘 적응한것 같습니다.(저는 1등급 아닌 중위권이었음)
마지막주까지 한두명빼고는 모두 교육과정을 소화해냈습니다.
초기에는 버그때문에 실행이 안되거나, Loop가 overflow되서 수십장짜리 출력결과를 받기도 했고, 키펀쳐 아가씨들이 type에러를 내서 에러난 결과를 받기도 했습니다.
에러난 결과 몇번 받다보면, 에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몇번을 더 검토하고, 코딩전에 flow chart부터 그리고, 글자도 또박또박 쓰게 되더군요. 그래서 코딩용지에는 연필로 글자를 써야 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금방 익숙해져서 교육 끝무렵에는 거의 에러를 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코딩전에 flow chart를 반드시 그려야 된다고 교육받았었는데, 이건 펀치카드 사용하던 시절에 이야기이고,
Terminal에서 Line editer를 사용할 수 있게 된 후부터는 flow chart를 그릴 필요가 없어진것 같습니다.
펀치카드 쓸때 에러나면 시간적,물질적 손해가 막대했는데, 펀치카드를 안쓰고 터미날에 editer를 사용하니 즉시 결과를 알수 있게 되어 에러나면 즉시 수정이 가능하니 더이상 flow chart가 필요없어졌습니다.
그리고 펀치카드이 장점으로 별도의 프로그램 저장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습니다.
실행이 필요할때 펀치카드만 다시 입력하면 되고, 펀치카드만 잘 보관하면 펀치카드 자체가 프로그램 저장장치였습니다.
이 교육에서 제가 최종성적 2등으로 우수상을 받았는데, 개학후에 학교에 상받은거 얘기 않했다가 몇주뒤에 탄로(?)나서 공업선생님한테 혼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 1학년때 교양 필수로 정보처리시간에 포트란을 배웠는데, 그냥 이론 강의만 했었습니다. 실습도 없었고, 시험은 4지선다형에 주관식 몇문제 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우리과 애들은 잘 적응했던것 같습니다. 컴퓨터와 전혀 상관없는 전공이었는데, 반정도의 학생이 포트란 교육을 이해했던것 같습니다. 아마 젊었을때 열정을 가지고 교육하고, 수강하면 교육효과가 큰것 같습니다.
저의 80년대의 경험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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